1) 서론
2015년에 개봉한 마션은 단순한 SF 스릴러로 분류되기에는 너무도 깊은 인간성과 과학적 사고를 내포하고 있는 영화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정교한 연출과 앤디 위어의 탄탄한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우주'라는 광대한 배경 안에서도 '인간'이라는 작고도 위대한 존재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화성이라는 극한의 환경에 혼자 남겨진 한 우주비행사의 생존기라는 설정은 고립, 절망, 희망, 유머라는 다양한 감정 스펙트럼을 하나의 이야기 안에서 유기적으로 엮어냈다. 무엇보다 영화는 실제 과학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극적인 요소 속에서도 개연성과 설득력을 유지한 점이 인상 깊다. 주인공 마크 와트니 역을 맡은 맷 데이먼은 유쾌하고 똑똑한 생물학자이자 우주비행사의 모습을 리얼하게 그려냈다. 그의 연기는 단순한 생존기 이상의 깊이를 부여하며, 과학과 인간성, 냉철함과 유머를 동시에 갖춘 입체적인 캐릭터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영화의 흐름 대부분을 혼자 이끌어가는 그의 존재감은 영화의 중심을 단단히 잡아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관객은 그의 시선을 따라가며 화성의 풍경을 경험하고, 생존을 위한 선택의 순간마다 함께 긴장하거나 안도하게 된다. 이처럼 배우와 캐릭터의 일체감은 이 영화의 몰입도를 한층 더 끌어올리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이 글에서는 마션을 구성하는 세 가지 주요 요소에 집중하여 작품을 보다 깊이 있게 분석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SF 장르로서 이 영화가 어떤 서사 구조를 갖고 있으며, 전통적인 우주영화들과는 어떻게 차별화되는지를 살펴본다. 두 번째는 주인공을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가 현실감을 어떻게 구현했으며, 각 인물의 서사가 영화에 어떤 감정적 층위를 더했는지에 대한 고찰이다. 세 번째는 영화의 분위기와 정서적 흐름을 이끄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사운드트랙과 배경음악의 기능이다. 이 세 가지 요소는 각각 독립적으로도 훌륭하지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영화 전체의 조화를 이룬다. 마션은 NASA와 과학 커뮤니티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을 정도로 과학적 정확성에 신경을 쓴 작품이다. 허구의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존재하는 과학 기술, 이론, 생물학 지식을 영화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면서 대중에게 과학의 흥미와 중요성을 일깨웠다. 이를 통해 영화는 단지 오락적 재미를 넘어서, '과학이 현실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일종의 교양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특히 주인공이 화성에서 감자를 재배하거나, 생명 유지 시스템을 직접 수리하는 과정은 단순한 장면이 아니라 과학적 사고방식의 구현이자 인류의 끈질긴 생존 본능을 시각화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영화는 극한 상황에서도 유머와 인간적인 감정을 잃지 않는 점에서 관객에게 깊은 공감을 준다. 대부분의 우주 영화들이 비극적이고 절망적인 분위기를 강화하는 데 반해, 마션은 치열한 생존 상황 속에서도 긍정과 희망, 그리고 공동체의 협력이라는 메시지를 놓치지 않는다. 이는 단지 한 명의 생존 이야기가 아닌, 인류 전체가 연결된 존재임을 환기시키는 장치이기도 하다. NASA와 전 세계가 마크 와트니의 생존과 귀환을 위해 협력하는 모습은, 이 영화가 단순히 한 사람의 모험담이 아닌, '인류애'를 주제로 한 확장된 이야기임을 보여준다. 이 글을 통해 독자들은 마션이라는 작품이 단순한 SF 블록버스터에 그치지 않고, 과학과 인간, 절망과 희망, 개인과 공동체라는 다양한 주제를 어떻게 정교하게 엮어냈는지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연출과 맷 데이먼의 연기, 사운드트랙과 영화적 구성 요소가 조화롭게 작동한 이 작품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2) 마션의 영화 장르 분석과 서사적 구조
마션은 전형적인 SF 영화로 분류되지만, 그것이 단지 미래의 상상력이나 우주 배경의 스펙터클만으로 정의될 수는 없다. 이 작품은 과학적 사실과 현실적인 설정을 바탕으로 하여, 흔히 말하는 공상과학(Sci-Fi)의 영역에서 '과학 기반 픽션'(Science-Based Fiction)이라는 새로운 장르적 경계를 탐색한다. 대부분의 SF 영화가 상상력과 비현실적 기술을 중심에 두고 구성되는 반면, 마션은 NASA의 실제 우주 탐사 프로토콜, 생물학과 화학의 응용, 그리고 생존을 위한 공학적 문제 해결 과정을 세밀하게 그려내며 관객에게 신뢰를 부여한다. 따라서 이 영화는 '가능성 있는 미래'라는 SF의 미학을 실현하면서도, 인물 중심의 드라마라는 감정적 진정성을 놓치지 않는 독특한 장르적 색채를 지니고 있다. 영화의 핵심 구조는 매우 명료하고 직선적이지만, 그 안에 내포된 감정과 긴장의 밀도는 단순한 구조를 뛰어넘는 복합성을 만들어낸다. 주인공 마크 와트니는 사고로 인해 화성에 홀로 남겨지게 되고, 그의 생존 과정이 영화의 서사 중심축이 된다. 하지만 단순히 '살아남기 위한 투쟁'으로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등장하는 문제 상황이 '지식 기반의 도전 과제'로 설정되며 서사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그가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감자를 재배하고, 수소 폭발을 감수하면서 물을 생성하거나, 통신 장비를 복구하는 장면 등은 단순히 극적 장치가 아닌 '과학적 문제 해결의 서사'로 기능한다. 이 과정은 영화가 어떻게 '지식'을 이야기 전개의 중심으로 삼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또한 이 영화는 '고립된 개인'과 '협력하는 사회'라는 두 축의 교차점을 구조적으로 강조한다. 화성에서 혼자 남겨진 와트니의 이야기는 개인 서사로 흘러가지만, 동시에 지구의 NASA 본부와 전 세계 과학자들이 그의 구조를 위해 협력하는 모습을 통해 공동체 서사가 병렬적으로 진행된다. 이는 영화가 단순한 생존극이 아닌, 인류 전체의 가능성과 연대를 이야기하는 구조로 확장되는 방식이다. 이러한 복합 구조는 단조롭지 않은 리듬을 형성하며, 관객의 몰입을 유도하는 데 성공한다. 와트니의 개인적 생존기는 결과적으로 '인간의 집단적 능력과 책임'을 반영하는 메타포로 전환된다. 장르적으로도 마션은 SF뿐 아니라 생존 드라마, 인물 중심의 휴먼 드라마로도 해석될 수 있다. 전통적인 SF가 '기술과 미래'를 향해 있다면, 이 영화는 '현재의 인간'과 '그 인간이 지닌 사고 능력, 감정, 의지'에 더 큰 비중을 둔다. 와트니는 신화적 영웅이나 슈퍼히어로가 아닌, 실패를 겪고 유머로 극복하며 때로는 절망하는 '평범하지만 강한 인간'으로 그려진다. 이러한 인물 중심 서사는 영화의 정서를 풍부하게 만들며, 관객에게 단순한 상황 공감이 아닌 정서적 몰입을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그가 끊임없이 농담을 던지며 절망을 유머로 승화시키는 태도는, 영화 전체에 희망적 분위기를 부여하면서 장르적 무게감을 경쾌하게 상쇄한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마션이 긴박한 전개를 보여주면서도, 전혀 조급하지 않다는 것이다. 영화는 위기의 연속 속에서도 각 장면마다 논리적 전개와 설명을 충분히 제공하고, 마치 과학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리듬과 호흡을 유지한다. 이는 리들리 스콧 감독 특유의 치밀한 연출력에서 비롯된 것이며, 시각적 스펙터클에 몰두하지 않고 인간 중심의 미시적 서사를 정교하게 그려낸 결과다. 이 같은 연출 방식은 장르적인 관습을 따르면서도 동시에 해체하며, SF의 한계를 뛰어넘는 영화로서 마션을 자리매김하게 만든다. 영화의 후반부로 갈수록 와트니의 생존 가능성은 점차 상승하고, 이에 따라 서사 구조는 개인 서사에서 점차 인류 전체가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집단 서사로 전환된다. 이는 영화가 과학과 기술만이 아닌, '인류애'라는 가치를 중심 주제로 밀어 올리는 장치다. 단지 구조선을 보내는 이야기가 아니라, 전 세계가 하나 되어 사람을 살리는 과정은, 궁극적으로 과학과 협력, 인내와 의지가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가치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이 같은 결말 구조는 기존 SF 장르가 종종 빠지는 기술적 냉소주의를 넘어서, 따뜻하고 낙관적인 결론으로 연결되며, 관객에게 깊은 감동과 여운을 남긴다. 결론적으로 마션은 SF, 생존극, 휴먼 드라마라는 장르 요소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며, 단지 장르적 완성도뿐 아니라 서사적 정교함과 감정적 공감대를 두루 갖춘 작품이다. 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설득력, 인간 중심의 구조, 집단과 개인의 서사를 넘나드는 복합적인 구조는 이 영화가 단순한 장르 영화가 아니라, 하나의 영화적 성찰로서 기능하도록 만든다. 바로 이러한 점이 마션이 대중성과 작품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이유이며, 오늘날까지도 SF 영화의 수작으로 평가받는 근거가 되는 것이다.
3) 배우들의 연기와 인물의 설득력 있는 감정 표현
마션이 영화로서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었던 가장 핵심적인 이유 중 하나는,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력에 있다. 특히 마크 와트니 역을 맡은 맷 데이먼은 그야말로 '혼자서도 극 전체를 이끌 수 있는 배우'라는 명제를 완벽히 증명해냈다. 그는 극도로 고립된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인간의 본능과 과학자의 냉철한 사고, 그리고 유머 감각이라는 상반된 정서를 유기적으로 표현해 내며, 실질적으로 카메라 앞에 홀로 선 시간 동안에도 지루함이나 과잉을 전혀 느끼지 않게 한다. 그의 표정 하나, 몸짓 하나, 대사의 템포와 리듬은 절제와 역동성 사이의 균형을 잡으며, 관객이 스스로 그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듯한 몰입감을 부여한다. 맷 데이먼의 연기는 단순한 생존기 이상의 감정 서사를 담고 있다. 와트니는 죽음의 위기 앞에서도 농담을 던지고, 고장 난 장비를 수리하며 '이제 농사도 지었으니 화성의 개척자'라며 스스로를 격려한다. 이처럼 유머는 그의 생존 전략이자 정신적 방어기제이며, 맷 데이먼은 이러한 복합적인 내면 상태를 과하지 않으면서도 뚜렷하게 보여준다. 극 중 마크가 카메라를 향해 남기는 영상 기록들은 그의 고립감과 외로움을 우회적으로 드러내며, 동시에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생존 의지를 전달한다. 맷 데이먼의 감정 연기는 마치 독백 연극처럼 극적인 울림을 남기면서도, 철저히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톤을 유지한다. 이처럼 주인공의 강력한 존재감이 중심을 이룬 가운데, 조연 배우들의 연기도 영화의 서사를 견고히 지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제프 대니얼스가 연기한 NASA 국장 테디 샌더스는 냉철한 판단력과 리더십, 그리고 인간적인 고민 사이에서 갈등하는 복잡한 인물로, 권위 있는 위치에서의 고뇌를 실감 나게 보여준다. 그는 단순히 행정가가 아니라, 한 인간의 생명을 두고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에 놓인 인물로서, 긴장감 있는 대사와 묵직한 표정 연기로 무게감을 전달한다. 한편 치웨텔 에지오포가 맡은 비센테 카푸어 박사는 인도계 미국인이라는 정체성과 과학자로서의 이상주의를 동시에 품은 인물로, 영화의 진중함과 유연함을 조율하는 감성적 균형추 역할을 한다. 또한 화성 탐사대의 선장 멜리사 루이스 역의 제시카 차스테인 역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그녀는 결정의 순간마다 냉정하면서도 동료애를 잃지 않는 모습을 통해, 여성 리더의 상징성을 현실적으로 구현한다. 영화 후반, 와트니를 직접 구하러 돌아가기로 결심하는 과정은 단순한 연출의 감정적 장치가 아니라, 선장으로서의 윤리적 책임감과 인간적 감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며, 제시카 차스테인은 이를 과잉 없이 설득력 있게 연기해 낸다. 그녀의 조용한 결단과 절제된 감정 표현은 강한 여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한다. 배우들의 연기적 공통점은 '절제'와 '정확성'이다. 극적인 순간에도 감정을 함부로 폭발시키지 않으며, 오히려 묵직한 침묵이나 고요한 대사로 더 큰 공감을 이끌어낸다. 이는 영화가 전하려는 리얼리즘을 뒷받침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며, 관객이 'SF'라는 장르에 익숙한 거리감을 느끼지 않도록 만든다. 특히 기술적 설정이 강조되는 장면에서도 배우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전문 용어'로 흐르기보다는, 자신의 인물 감정과 연결된 설명과 대응으로 관객의 이해와 공감을 유도한다. 이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디렉팅과 배우들의 캐릭터 분석이 정교하게 맞물렸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마션은 배우의 연기가 영화 전체를 이끌 수 있는 강력한 도구임을 증명한 작품이다. 맷 데이먼의 독백과 감정 곡선, 조연 배우들의 상호작용과 캐릭터 구축은 모두 하나의 유기적인 흐름으로 연결되며, 각각의 인물이 영화의 중심을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이 같은 연기적 완성도는 영화를 감정적으로 풍부하게 만들었고, 단지 '생존'이라는 외형적 테마를 넘어 '인간'이라는 주제를 보다 깊이 있게 전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4) 영화 사운드트랙과 음악이 이끄는 정서적 흐름
마션에서 음악은 단순히 장면을 장식하는 배경음 이상이다. 영화의 사운드트랙은 정서적 흐름과 감정의 곡선을 정밀하게 제어하며, 극적인 완급 조절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도구로 작용한다. 특히 이 작품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요소는 디스코 음악이라는 이질적인 장르가 사용되었다는 점이다. 화성이라는 고립된, 차갑고 광활한 공간에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밝고 경쾌한 디스코 음악은 오히려 상반된 분위기를 통해 극적 긴장을 환기시키고, 영화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형성한다. 관객은 이런 음악을 통해 단지 웃음을 넘어, 마크 와트니라는 인물이 보여주는 삶의 태도와 정신을 직관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영화 속에서 사용된 곡들, 예를 들어 도나 서머의 Hot Stuff, 아바의 Waterloo, 그리고 글로리아 게이너의 I Will Survive는 단순히 '옛 노래'가 아닌, 서사적 장치로 기능한다. 와트니가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거나 미소 짓는 장면은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처절한 상황을 더욱 극명하게 부각시키는 반전 효과를 만들어낸다. 이때 음악은 낙관의 표현이자 자조적인 유머의 상징이며, 동시에 절망을 견디는 방식으로 사용된다. 관객은 와트니가 듣는 음악을 함께 듣고, 그 리듬 속에서 인간의 회복력과 긍정성을 체감하게 된다. 이는 단지 분위기를 가볍게 만드는 기능을 넘어, 음악이 영화의 서사와 캐릭터 정서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영화의 감정선을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요소는 해리 그레그슨 윌리엄스가 작곡한 오리지널 스코어이다. 그의 음악은 단지 서사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장면과 감정을 미묘하게 앞서거나 뒷받침하며 정서적 흐름을 유도한다. 고요한 화성의 풍경을 배경으로 한 장면에서는 미니멀한 음향 구조와 저음 위주의 구성으로 광활함과 외로움을 표현하고, 생존을 위한 긴장된 순간에서는 긴 음계와 날카로운 음향으로 긴박감을 더한다. 그레그슨 윌리엄스는 음악을 통해 우주의 침묵과 인간의 외로움, 그리고 희망의 미세한 빛을 감정적으로 번역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영화 후반부 구조 장면에서의 음악은 감정의 정점을 만들어내는 결정적 장치이다. 마크 와트니를 구출하기 위한 우주선과의 교신, 궤도 진입, 중력 저항 등의 과정에서 음악은 점점 고조되며, 관객의 심장을 조이는 리듬감을 제공한다. 그리고 마침내 구조가 성공했을 때는 긴장감에서 해방으로 넘어가는 '감정적 반전'을 음악이 이끌어내며, 화면의 연출과 맞물려 강력한 카타르시스를 만든다. 이러한 작곡 기법은 단순한 멜로디가 아니라, 극 전체의 정서 구조를 함께 설계한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관객은 장면 자체보다 음악을 통해 먼저 감정을 예측하거나 뒤늦게 반응하게 되며, 이는 영화의 몰입도를 비약적으로 끌어올린다. 또한 음악은 '시간의 흐름'을 암시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고립된 환경에서 와트니는 수많은 날들을 혼자 보내야 했으며, 그 과정은 빠른 편집보다는 일정한 리듬과 반복되는 음악을 통해 표현된다. 디스코 음악의 경쾌한 리듬은 단조롭고 고립된 환경 속에서도 시간이 흘러가고 있으며, 주인공이 여전히 인간으로서의 감정과 일상을 유지하고 있다는 상징이 된다. 이는 화성이라는 비인간적 공간에 인간적인 감정을 부여하는 장치로 작동하며, 관객이 주인공의 감정 변화에 자연스럽게 동화되도록 만든다. 흥미로운 점은 이 사운드트랙이 영화 바깥에서도 높은 인기를 끌며 대중문화 속에서 하나의 밈(meme)으로 확산되었다는 사실이다. 특히 Hot Stuff나 Waterloo는 팬들 사이에서 '마션 음악'이라는 별칭과 함께 회자되며, 그 자체로 와트니의 캐릭터를 상징하는 코드로 자리 잡았다. 이는 영화가 단지 시청각 콘텐츠에 그치지 않고, 감정과 캐릭터가 어우러진 음악을 통해 팬덤과 정체성을 구축한 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 음악이 서사적 의미를 가지는 동시에, 문화적 아이콘으로 기능하게 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마션의 음악은 단순한 BGM이나 감정 부스터 이상의 기능을 수행한다. 디스코 음악이라는 장르적 실험, 그리고 해리 그레그슨 윌리엄스의 정교한 오리지널 스코어는 영화의 리듬과 감정을 설계한 핵심 요소로 작용하며, SF라는 장르가 감정적으로 얼마나 풍부해질 수 있는지를 실증했다. 음악은 이 영화에서 단지 들리는 소리가 아니라, 생존의 맥박이고, 고립된 인간의 희망이자, 절망을 이겨내는 또 다른 언어다. 바로 이 점이 마션이 음악적으로도 오래도록 기억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5) 결론
마션은 단순히 SF 장르의 재미를 제공하는 영화가 아니라, 그 이상의 가치를 품고 있는 복합적인 영화다. 화성이라는 극한의 배경, 한 명의 인간이 고립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분투는 외형적으로는 서바이벌 스릴러의 틀을 따르고 있지만, 그 내면에는 과학적 사고와 인류애,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간의 '문제 해결 능력'에 대한 깊은 신뢰가 자리잡고 있다. 이 영화는 화려한 특수효과나 긴박한 전개만으로 관객을 사로잡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의 선택과 행동, 그리고 그를 둘러싼 이들의 협력이 만들어내는 이야기 구조를 통해 사람과 사회, 기술의 관계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그래서 마션은 우주에서 살아남은 한 사람의 이야기이자, 우리가 어떻게 서로를 구할 수 있는가에 대한 가능성의 이야기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 중 하나는 과학을 단순한 배경 설정으로 소비하지 않고, 실제적인 '도구'로서 기능하게 했다는 점이다. 마크 와트니는 초능력을 가진 영웅이 아니라, 과학자이자 생물학자이며, 문제 앞에서 좌절하기보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를 먼저 고민하는 이성적 인간이다. 그의 모습은 관객에게 '과학이 곧 생존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던지며, 그동안 SF 장르에서 종종 묘사되던 과학에 대한 두려움이나 통제 불가능성에서 벗어난다. 오히려 마션은 과학이야말로 인간의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무기임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는 오늘날 현실의 과학 발전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배우들의 연기는 이 철학적 메시지를 감정적으로 완성시키는 결정적 요소였다. 특히 맷 데이먼은 화성이라는 고립된 무대 위에서 혼자 수많은 장면을 책임지며, 단순한 연기 이상의 '사람 냄새'를 전달해 냈다. 그는 생존의 위기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고, 철저하게 이성적이면서도 인간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그려냄으로써, 관객의 감정선을 지치지 않게 이끌었다. 조연 배우들 역시 각자의 위치에서 정서적 무게와 현실감을 더하며, 영화 전체의 정합성을 유지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과장된 감정보다 묵직한 진정성이 우선된 이들의 연기는 영화가 '극적 장치'보다 '현실적 공감'을 택했음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음악 역시 이 영화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핵심 장치였다.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디스코 음악은 오히려 주인공의 상황을 풍자하면서도, 고립 속에서 삶의 의지를 다지는 인간적인 리듬을 불어넣었다. 해리 그레그슨 윌리엄스의 오리지널 스코어는 거대한 우주의 침묵과 인간의 내면을 오가며, 감정의 리듬을 정교하게 조절했다. 이처럼 영화는 이미지, 연기, 음악이 삼위일체로 작동하면서, 관객에게 단지 '보고 즐기는 SF'가 아니라 '감정적으로 체험하는 드라마'로 기억되도록 만든다. 마션은 바로 그런 영화다.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지만, 보고 나면 오래도록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 생존과 고립이라는 익숙한 테마를 다루면서도, 이를 통해 인간성과 과학, 공동체와 희망이라는 다층적 가치를 동시에 조망한다. '과학은 인간을 살릴 수 있다'는 메시지와, '가장 힘든 순간에도 웃을 수 있는 인간의 존엄성'은 이 영화를 단지 오락을 위한 작품에서 벗어나, 삶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는 영화로 승화시켰다. 만약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꼭 한 번 감상해 보길 바란다. 단지 화성에 홀로 남겨진 한 남자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을 것이며, 우리가 처한 현실 속 위기와 문제 앞에서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 고민하는 데 유의미한 자극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미 본 이들에게도, 다시 감상하며 그 안에 숨겨진 디테일과 메시지를 새롭게 발견하는 경험은 여전히 유효하다. 마션은 그렇게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