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2016년, 영화계는 한 편의 뮤지컬 영화로 다시금 꿈을 꾸기 시작했다. 데이미언 셔젤(Damien Chazelle) 감독이 연출하고, 라이언 고슬링(Ryan Gosling)과 엠마 스톤(Emma Stone)이 주연을 맡은 라라랜드(La La Land)는 단순한 오마주를 넘어, 고전 헐리우드 뮤지컬의 정서를 현대의 감성으로 재해석한 걸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작품은 관객과 비평가 모두를 사로잡으며 전 세계적인 흥행은 물론, 아카데미를 비롯한 수많은 영화제에서 찬사를 받았다. 그 흥행과 수상의 이면에는 단순히 '노래하고 춤추는 영화'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라라랜드는 "꿈을 좇는 사람들에게 바친 헌사"라는 메시지를 기반으로, 우리가 살아가며 마주치는 사랑과 이별, 열정과 포기, 환상과 현실의 모순된 감정들을 다채로운 색감과 멜로디, 그리고 치밀한 연출을 통해 깊이 있게 그려낸다. 미아와 세바스찬이라는 두 인물의 이야기는 단지 개인적인 로맨스에 그치지 않고, 오늘날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의 여정을 담고 있다.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바로 그 이야기의 중심에 우리가 있고, 우리의 꿈과 선택이 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라라랜드를 구성하는 세 가지 핵심 요소에 주목하여 보다 심층적으로 들여다보고자 한다. 먼저, 이 작품이 장르적으로 뮤지컬과 드라마를 어떻게 조화롭게 결합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전통적인 뮤지컬 영화에서 기대할 수 있는 화려한 퍼포먼스와 음악적 연출이, 현대적인 삶의 리얼리즘과 어떻게 만나 새로운 장르적 해석을 이루었는지를 분석할 것이다. 두 번째로는 주연 배우인 엠마 스톤과 라이언 고슬링의 감정 연기와 캐릭터 구축에 주목한다. 단순한 역할 수행을 넘어서, 배우들이 이 영화 속 인물을 어떻게 해석하고 현실감 있게 표현했는지, 그 결과 관객에게 어떤 감정적 여운을 남겼는지를 살펴본다. 특히 이들의 연기는 실제적인 감정선과 뮤지컬의 판타지적 요소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며, 영화의 정서를 단단히 뒷받침하고 있다. 세 번째로는 이 영화의 음악과 사운드트랙이 전체 작품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해 집중 분석한다. 저스틴 허위츠(Justin Hurwitz)가 작곡한 주제곡 'City of Stars', 'Audition (The Fools Who Dream)' 등은 단순한 배경음악을 넘어 영화의 서사와 정서를 직접적으로 이끌어가는 내러티브의 도구로 작용한다. 음악은 캐릭터의 내면을 설명하고, 관객의 감정을 움직이며, 장면과 장면 사이에 서정적인 연결고리를 만들어낸다. 라라랜드는 그 자체로 하나의 시적 체험이다. 겉으로 보기엔 예쁜 화면, 감미로운 음악,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리움과 아픔, 선택과 희생, 그리고 무엇보다도 꿈을 향한 끝없는 갈망이 정교하게 구성되어 있다.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 묻는다. "모든 걸 이뤘지만 사랑을 놓쳤다면, 그것은 실패일까?" 그리고 셔젤은 그 질문에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우리 각자가 마음속에 품고 있던 꿈의 잔상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 글은 단순한 영화 리뷰를 넘어서, 라라랜드가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는지를 탐색하는 여정이다. 각 장에서 작품의 구조, 표현, 감정, 메시지를 다각도로 해석하며, 이 영화가 현대 영화사에서 갖는 예술적 가치와 감성적 힘을 함께 조명할 것이다. 단순한 오락을 넘어선 '영혼을 건드리는 영화'란 어떤 것인지를, 라라랜드라는 아름다운 이름 아래 다시 한 번 되새겨보자.
2) 라라랜드의 영화 장르와 서사적 구조
라라랜드는 전통적인 뮤지컬 형식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현대적인 감수성과 사실적인 드라마 요소를 절묘하게 결합한 독특한 영화다. 영화의 오프닝 넘버는 고전 헐리우드 뮤지컬의 경쾌한 분위기와 화려한 색감을 재현함으로써 뮤지컬 장르에 대한 감독 데이미언 셔젤의 깊은 애정을 엿볼 수 있게 한다. 특히 'Another Day of Sun' 장면은 전형적인 로스앤젤레스 고속도로를 배경으로, 일상을 꿈꾸는 사람들의 모습을 음악과 안무로 풀어낸다. 이 장면은 단순한 도입부를 넘어 라라랜드 전체의 정서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시퀀스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라라랜드는 단순히 고전의 향수를 자극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영화는 고전 뮤지컬이 지닌 판타지적 형식미를 차용하면서도, 대사와 감정 표현은 철저히 현실적인 드라마 구조로 짜여 있다. 이로 인해 관객은 한 편의 동화 같은 장면 안에서도 자신과 닮은 인물들의 현실적인 고민과 선택을 함께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음악과 안무가 영화의 내러티브를 방해하지 않고 오히려 감정의 흐름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면서, 장르의 틀 안에서 매우 자연스럽고 유기적인 서사를 형성한다. 라라랜드의 내러티브 구조는 '꿈'과 '사랑'이라는 이중적 테마를 축으로 하여, 미아와 세바스찬이라는 두 인물이 어떻게 서로의 인생에 스며들고, 또 어떻게 각자의 길로 나아가는지를 보여준다. 미아는 무명 배우로서 오디션에 실패하고 좌절을 반복하지만, 세바스찬과의 만남을 통해 다시 연기에 대한 열정을 찾는다. 세바스찬 역시 생계형 밴드에서 키보드를 연주하며 음악적 신념을 잃어가던 중, 미아의 격려로 진정한 재즈를 향한 열망을 되살린다. 이러한 상호 자극적 관계는 단순한 연애 서사를 넘어, 각자가 예술가로 성장해가는 '성숙의 서사'로 확장된다. 특히 라라랜드의 결말은 전통적인 로맨틱 장르의 관습을 과감히 비틀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두 주인공은 결국 사랑을 완성하지 못한 채 각자의 길을 선택하게 되며, 영화는 '만약'의 세계를 상상하게 하는 환상적인 몽타주 시퀀스로 마무리된다. 이 장면은 현실적인 선택과 이룰 수 없는 이상 사이의 간극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며, 관객에게 '행복한 결말'의 의미를 되묻게 한다. 이는 라라랜드가 단순한 로맨틱 뮤지컬이 아니라, 감정과 선택의 복합성을 탐구하는 깊이 있는 드라마로서 기억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장르적으로도 라라랜드는 뮤지컬, 드라마, 로맨스, 판타지의 요소를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있으며, 각각의 장르적 특성을 적절히 조화시킴으로써 장르 경계에 대한 실험적 시도를 성공적으로 보여준다. 예를 들어, 'City of Stars' 같은 곡은 음악이 단순히 삽입곡이 아닌, 인물 내면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서사의 일부로 기능하며, 극의 분위기와 감정 곡선을 주도한다. 또한 시각적 스타일 역시 몽환적인 색감과 조명, 정밀한 미장센을 통해 현실과 판타지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관객으로 하여금 '꿈꾸는 듯한 현실'을 경험하게 한다. 이러한 복합적 장르 구성은 라라랜드를 단지 장르적 틀에 가두지 않고, 오히려 장르의 가능성을 확장시키는 계기로 작용한다. 특히 현대 뮤지컬 영화에서 보기 드물게, 영화 전반에 걸쳐 감정선이 끊기지 않고 흐르며 음악과 서사가 유기적으로 통합된 점은 영화적 실험이자 성취로 볼 수 있다. 전통 뮤지컬이 지닌 화려함과 환상성, 그리고 현대 드라마의 사실성과 감정적 섬세함을 동시에 구현해낸 점에서 라라랜드는 장르 융합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또한 라라랜드의 이야기 구조는 단순한 연애 서사에서 벗어나 예술가의 정체성과 현실 사이의 갈등, 창작의 고통과 희열, 그리고 인생에서의 선택이라는 복합적인 주제를 담아내며 서사적 깊이를 더한다.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을 대입하며 몰입할 수 있는 서사를 제공하며, 예술에 대한 진정성과 사랑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결국 이 영화는 '이루지 못한 사랑'이라는 결말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피어난 꿈과 열정, 그리고 성장의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이야기한다. 라라랜드는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미학적 아름다움을 살리면서도, 현대적 현실감과 정서적 깊이를 결합해낸 보기 드문 작품이다. 이러한 점에서 라라랜드는 오랜 시간 동안 관객들의 마음에 잔상을 남기며, 단순한 유행을 넘어선 '현대 뮤지컬의 고전'으로 자리잡고 있다. 환상과 현실이 맞닿는 지점에서 펼쳐지는 감정의 풍경은 뮤지컬을 사랑하는 이들은 물론, 드라마와 로맨스를 즐기는 모든 관객에게 오래도록 남는 울림을 선사한다.
3) 배우들의 연기와 감정선의 설득력
라라랜드에서 엠마 스톤은 미아라는 캐릭터를 통해 단순한 배우 지망생의 초상을 넘어서, 청춘이 겪는 내면의 복잡한 감정과 사회적 불안, 그리고 예술을 향한 열망을 섬세하고도 진솔하게 표현해냈다. 그녀는 매 장면에서 미아라는 인물의 정체성과 감정을 깊이 있게 탐구하며, 삶의 작은 순간들 속에서도 감정의 결을 놓치지 않는다. 특히 영화 후반부 오디션 장면에서 부르는 'The Fools Who Dream'은 단순한 노래를 넘어선 미아의 인생 고백과도 같은 순간으로, 배우 엠마 스톤의 진정성 있는 연기력과 캐릭터에 대한 몰입이 절정에 이른다. 이 장면은 많은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으며, 그녀의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의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 장면에서 스톤은 눈물과 미소, 희망과 좌절이 교차하는 복합적인 감정을 노래 안에 모두 담아내며, 관객으로 하여금 미아가 지나온 삶과 선택들을 함께 경험하게 만든다. 감정이 과잉되지 않으면서도 깊이 있는 전달력이 살아있는 이 장면은, 단순히 연기라는 차원을 넘어서 한 인물의 영혼을 마주하게 하는 힘을 지녔다. 연기의 기교를 넘어 진정한 감정의 흐름을 이끌어낸 스톤의 내공은 라라랜드의 중심축이자 감정적 공감대의 핵심이다. 라이언 고슬링은 세바스찬이라는 인물을 통해 음악과 인생, 사랑에 대한 이상주의와 현실 사이의 갈등을 절제된 표현력으로 풀어낸다. 그는 이 캐릭터의 완고한 신념과 내면의 불안, 그리고 사랑을 통해 변화해가는 복잡한 감정선을 눈빛과 작은 제스처로 섬세하게 묘사한다. 특히 그는 실제로 수개월에 걸쳐 피아노 연주를 연습하여 영화 속 모든 장면을 직접 연주함으로써, 배우로서의 헌신을 뛰어넘는 예술가적 진정성을 드러냈다. 단순한 형식적 연기가 아닌 세바스찬이라는 인물의 '삶'을 고스란히 화면에 담아낸 그의 연기는, 관객이 인물에게 감정적으로 이입할 수 있도록 만든 주요 요인이다. 세바스찬은 예술적 신념과 생계의 현실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며, 미아와의 만남을 통해 다시 꿈을 향한 열정을 회복한다. 고슬링은 이 과정에서 감정의 극단을 드러내기보다 절제된 방식으로 인물의 내면을 조율해가며, 그 변화의 흐름을 설득력 있게 구축한다. 그의 표정 속에는 항상 말하지 않은 수많은 생각과 감정이 숨어 있으며, 이는 세바스찬이라는 인물을 더욱 입체적으로 만들어 준다. 감정의 직접적인 표출보다는 누적된 정서의 무게를 통해 진정성을 전달하는 고슬링의 연기 방식은 라라랜드의 감정적 깊이를 한층 끌어올린다. 엠마 스톤과 라이언 고슬링의 조화는 라라랜드에서 감정선을 진정성 있게 완성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이들은 단순한 영화 속 커플 이상의 케미스트리를 보여주며, 처음 만난 어색한 관계에서 점점 서로의 꿈과 감정에 스며드는 과정이 매우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게 전개된다. 관객은 이들이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동시에 상처를 주고받는 복잡한 관계를 따라가며, 현실 속 사랑의 다양한 면모를 체험하게 된다. 초반의 로맨틱한 대화 장면부터, 중후반부의 갈등과 충돌, 그리고 마지막의 이별 후의 시선 교환까지, 이들이 구축한 감정선은 단 한 순간도 인위적이지 않다. 특히 두 배우는 단순한 호흡을 넘어, 캐릭터에 대한 깊은 이해와 감정적 직관을 바탕으로 매우 섬세한 연기를 선보인다. 대사 외적인 표정과 침묵 속에서도 감정을 표현해내는 능력은, 라라랜드가 지닌 잔잔하지만 강력한 감정의 파동을 만들어낸 핵심이다. 이는 단지 연출의 힘만이 아닌 배우 개인의 감정이입과 연기적 내공이 절묘하게 결합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정밀하게 설계된 연출 아래에서도 두 배우는 자율성을 가지고 캐릭터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해냈으며, 이 점이 라라랜드의 서사에 더욱 풍부한 감정의 깊이를 부여했다. 이처럼 두 주연 배우의 연기력은 단순한 장면의 재현을 넘어서, 인물의 삶을 스크린 위에 살아 숨 쉬게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엠마 스톤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불안과 기대, 라이언 고슬링의 침묵 속에 숨어 있는 후회와 사랑은 각각의 캐릭터를 독립적인 인물로 존재하게 만든다. 이들은 캐릭터 그 자체로 살아있으며, 관객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는 '사람'이 된다. 라라랜드는 이처럼 배우의 연기력과 감정선의 완성도가 결합된 드문 작품으로, 감정 전달의 정점에 도달한 영화라 할 수 있다.
4) 영화 사운드트랙이 전하는 감정과 주제의 심화
라라랜드의 사운드트랙은 단순한 배경음악을 넘어서, 영화의 전체적인 감정선과 서사를 이끌어가는 강력한 내러티브 장치로 작용한다. 저스틴 허위츠가 작곡한 음악은 전통 재즈의 리듬과 현대적인 감성을 조화롭게 결합하여, 관객의 감정 몰입을 극대화시키는 감성적 설계를 보여준다. 사운드트랙은 단순히 듣는 음악이 아니라, 영화 속 인물의 심리 상태와 관계의 흐름을 음악적으로 해석해주는 또 하나의 언어로 기능한다. 이러한 점에서 라라랜드의 음악은 영화의 정체성을 규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특히 대표 테마곡인 'City of Stars'는 라라랜드의 정서를 응축한 상징적인 트랙으로, 처음 들었을 때와 반복해서 들을 때 전혀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 곡은 처음에는 사랑의 설렘을, 중반부에는 관계의 불안정함과 거리감을, 그리고 후반부에는 회상과 상실의 정조를 담아낸다. 멜로디는 간결하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의 층위는 매우 깊고 복합적이다. 이 곡이 반복적으로 등장할 때마다 관객은 인물의 감정 변화를 함께 따라가며,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 주제로 꿈과 사랑, 그리고 그 사이의 선택를 더욱 명확하게 이해하게 된다. 'City of Stars'가 인물 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음악적 해석을 제공한다면, 'Another Day of Sun'은 영화 전체의 분위기와 배경을 설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 곡은 로스앤젤레스의 교통 체증이라는 일상적인 공간을 화려한 무대로 변환시키며, 현실과 환상이 공존하는 라라랜드의 세계관을 한눈에 보여준다. 이 곡의 리듬감 넘치는 구성과 긍정적인 메시지는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며, 동시에 꿈을 좇는 청춘들의 공통된 정서를 즉각적으로 공유하게 만든다. 에너지와 희망이 가득한 이 오프닝은 뮤지컬 영화가 줄 수 있는 쾌감을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한 사례라 할 수 있다. 반면 'Epilogue'는 라라랜드의 정서적 정점을 이루는 곡으로, 영화의 주제와 감정을 집대성한 구성이라 평가된다. 이 트랙은 뮤지컬, 오페라, 클래식의 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장대한 시퀀스로, '만약 우리가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이라는 상상 속 인생을 감각적으로 보여준다. 시각적으로는 환상적인 몽타주가 펼쳐지지만, 음악은 그 감정선을 오히려 더 깊게 파고든다. 이는 단순히 상상의 장면이 아니라, 영화 전체에서 구축된 감정이 마지막으로 폭발하는 순간이며, 관객은 이 음악과 함께 미아와 세바스찬이 겪은 감정의 여정을 되짚는다. 이러한 사운드트랙의 구성은 단편적인 삽입곡의 수준을 넘어서 영화의 서사 구조와 인물의 내면 심리를 통합하는 감정적 도구로 기능한다. 라라랜드는 각 장면마다 캐릭터의 심리 상태에 따라 맞춤형 음악이 흐르며, 이는 단순한 분위기 조성을 넘어 내러티브 전개의 일환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두 주인공이 처음 함께 춤을 추는 'A Lovely Night' 장면에서는 서로에게 끌리면서도 애써 무심한 척하는 감정이 경쾌한 멜로디로 표현되고, 이는 이후 점점 진지해지는 감정선으로 이어지는 발판을 마련한다. 또한 라라랜드의 사운드트랙은 독립적인 음악 작품으로서도 완성도가 높아, 영화와 분리되어 감상해도 감정 전달력이 뛰어나다. 이는 허위츠의 작곡이 단순히 영화 장면에 맞춰진 기능적 음악을 넘어서, 음악 자체가 하나의 감정적 서사로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곡들의 테마가 서로 교차하고 변주되며 재등장하는 방식은 클래식 작곡의 기법을 떠올리게 하며, 반복 청취를 통해 감정의 깊이를 점점 더 체감하게 만든다. 음악이 갖는 상징성과 감정의 농도는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관객의 기억에 강하게 남아, 라라랜드라는 작품을 반복해서 떠올리게 한다. 이처럼 라라랜드의 사운드트랙은 단지 '배경음악'이라는 틀을 깨고, 영화의 메시지를 가장 정제된 방식으로 전달하는 주체적 존재로 기능한다. 저스틴 허위츠는 각 테마를 통해 인물의 감정과 서사를 정교하게 연결하며, 하나의 음악적 세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뮤지컬 영화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미덕을 실현한 결과물로, 음악과 이야기, 감정이 완벽하게 융합된 형태를 보여준다. 결국 라라랜드의 사운드트랙은 감정의 언어이자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며, 이를 통해 영화는 보다 심오하고 다층적인 주제의식을 관객에게 전하는 데 성공한다.
5) 결론
라라랜드는 단순히 눈을 즐겁게 하고 귀를 사로잡는 뮤지컬 영화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 작품은 삶과 예술, 사랑이라는 인간의 근원적인 감정을 세심하고 진솔하게 담아내면서, 현실과 환상이 공존하는 독특한 영화적 세계를 만들어냈다. 감독 데이미언 셔젤은 고전 뮤지컬의 형식을 빌려, 현실적인 주제와 감정의 깊이를 담아냄으로써 장르적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시도를 선보였다. 라라랜드는 그 화려한 화면 속에 결코 가볍지 않은 슬픔과 아련한 희망을 녹여내며, 단지 꿈을 찬미하는 영화가 아니라, 꿈을 향해 나아가는 길에서 겪는 갈등과 상실까지도 정직하게 조명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겉으로는 환상적이고 이상적인 사랑을 그리는 듯하지만, 그 이면에는 인생의 선택이 가져오는 복잡한 감정과 현실적인 결말이 자리하고 있다. 사랑과 꿈은 종종 함께 가기 어렵고, 그 선택의 갈림길에서 우리는 무엇을 우선시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라라랜드는 바로 이 지점을 예술적으로 포착해낸다. 뮤지컬의 형식을 유지하면서도 감정의 진실성을 배반하지 않는 이 영화는, 관객이 공감하고 몰입하게 만드는 데 성공하며, 단순한 장르적 즐거움을 넘어 인생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진중한 작품으로 기억된다. 엠마 스톤과 라이언 고슬링의 호흡은 단순한 배우의 연기를 넘어서, 캐릭터와 하나가 되어 그 감정의 결을 스크린 위에 생생하게 펼쳐놓는다. 두 배우는 자신의 연기력만으로 인물이 처한 상황과 선택의 아픔, 성장의 여정을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하며, 깊은 몰입과 감정적 울림을 이끌어낸다. 특히 두 배우의 감정선을 연결하는 주요 수단이자 서사의 핵심 도구인 음악은, 감정의 맥을 자연스럽게 이끌어가는 동시에 각 인물의 내면을 대변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이처럼 연기와 음악, 연출이 삼위일체가 되어 완성한 감정의 흐름은 라라랜드를 하나의 완성된 예술작품으로 만들어준다. 라라랜드는 단순한 감상이 아닌, 한 사람의 인생을 따라가는 여정과도 같다. 영화는 관객에게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이 작품은 감정의 다양성과 삶의 현실성을 깊이 있게 다루면서도, 그 표현 방식에서는 시적인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다. 각본과 연출, 연기, 음악이 정교하게 맞물린 이 작품은 한 번의 관람만으로는 다 담기 어려운 풍성한 디테일과 의미를 품고 있다. 보는 시점과 감정 상태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 영화라는 점에서, 라라랜드는 매번 새로운 감정을 안겨주는 영화적 경험이라 할 수 있다. 이 영화를 처음 본 관객에게는 찬란한 음악과 색감, 그리고 사랑의 시작과 끝을 담은 이야기로 감탄을 안기며, 두 번째 감상에서는 그 안에 숨겨진 상징과 구조적 정교함을 발견하게 한다. 세 번째 감상에서는 인물들의 눈빛과 대사, 그리고 침묵 속에 흐르는 감정을 통해 보다 깊은 울림과 해석의 여지를 찾을 수 있다. 라라랜드는 이처럼 다층적인 감정과 의미를 담고 있어, 반복 감상에도 지루함 없이 매번 새로운 통찰과 감동을 전한다. 무엇보다 라라랜드는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가치가 더욱 빛나는 작품이다. 영화 속 장면 하나하나, 멜로디 한 줄, 그리고 마지막 시선의 교환까지도 시간이 지나 다시 떠올릴 때마다 전혀 새로운 감정으로 다가온다. 이는 라라랜드가 단지 시대의 유행으로 소비되는 영화가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회자되고 사랑받는 '현대의 클래식'으로 자리 잡았음을 의미한다. 수많은 영화가 만들어지고 잊혀지는 가운데, 라라랜드는 그 고유한 감성과 예술적 완성도로 영화사에 길이 남을 작품으로 남게 될 것이다.